액상화
지진이 나면 땅이 액체처럼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기초가 액체처럼 저항이 아주 작아져 건물이 쓰러지고 댐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신기하고 흥미롭지만 큰 재해를 불러 올 수도 있습니다. 이번 방재상식에서는 액상화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그 위험도를 평가하는지, 그리고 액상화 때문에 발생되는 피해를 간략히 정리하였습니다.
1. 개요
땅이 지진으로 액체가 되는 현상을 액화현상, 또는 액상화(liquefaction)라 한다. 액상화는 지반지진공학에서 가장 중요하면서 흥미로운 반면, 복잡하고 논쟁의 여지가 남아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최초로 액상화가 지반지진공학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사건은 1964년 발생한 두개의 큰 지진이다. 카톨릭교계의 큰 명절인 수난일(Good Friday)에 미국 Alaska주에서 발생한 지진과 (MW = 9.2) 그 후 3개월의 시차를 두고 일본에서 발생한 니가타 지진이 (MS = 7.5) 그것이다. 이 두 지진은 사면붕괴, 교량과 건축물의 기초붕괴, 지중 구조물의 부유현상 등 거의 모든 액상화로 인한 피해를 보여주었다. 그림1은 1964년 니가타 지진시 액상화에 따른 기초의 지지력 파괴로 가와기시 아파트가 붕괴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 사건 후 수십년 동안 지반공학자들이 액화현상을 해석하려 했지만 아직 완전히 정복되지는 않았다.
2. 액상화와 관련된 현상
액상화라는 용어는 1953년 모가미(Mogami)라는 학자에 의해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참고로 모가미는 일본인으로서 지반공학에 많은 공헌을 하였으며 미국의 코넬대학에 기금을 기부하여 현재 이 대학 지반공학연구실은 모가미 실험실 (Mogami Laboratory)이라 불린다. 1953년 이후 액상화라는 용어는 확실한 구분없이, 비배수(undrained) 조건에서 포화된 사질토가 단발하중이나 반복하중에 의해 변형되는 모든 현상에 사용되었다. 액상화와 관련된 현상은 공통적으로 비배수 조건에의 과잉간극수압(excessive pore water pressure)의 생성을 특징으로 하고있다. 건조한 상태에서의 사질토가 단발하중 혹은 반복하중에 의해 밀도가 증가하는 현상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사질토가 지하수로 포화된 상태에서, 체적의 변화가 불가능한 비배수 조건으로 급속한 하중을 받게 되면, 밀도가 증가하려는 경향은 바로 과잉간극수압의 증가, 다시 말해 유효응력이 감소하는 효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유효응력(effective stress)은 전응력(total stress)에서 간극수압(pore water pressure)을 뺀 것이다. 이러한 과정의 액상화는 흐름 액상화(flow liquefaction)와 반복 유동(cyclic mobility)이라는 두 그룹으로 나누어 설명될 수 있다.
흐름 액상화와 반복 유동은 둘 다 아주 중요하며 액상화 위험도를 평가할 때 모두 고려해 보아야 한다. 실제로 지진이 발생했을 때 흐름 액상화는 반복 유동보다는 훨씬 드물게 발생하지만 그 피해는 훨씬 심각하다. 이와는 대비되게 반복 유동은 흐름 액상화에 비해 여러 지반조건과 토질에서 자주 발생하며 그 피해는 경미한 것부터 심각한 것까지 다양하다.
2.1 흐름 액상화
흐름 액상화는, 액상화와 관련된 피해 중 가장 극적인 피해인 흐름 파괴(flow failure)를 유발한다. 흐름 액상화는 토질의 정적 평형상태(static equilibrium)를 위한 전단응력이, 토질의 전단강도(shear strength)보다 클 때 발생한다. 일단 흐름 액상화가 진행되면 큰 변형이 발생하고 상당히 빨리 이동하며 먼 거리까지 이동한다. 미국에서 1925년 발생한 쉐필드 댐과 1971년 발생한 샌 페르란도 댐 붕괴가 대표적인 예이다. 흐름 액상화는 지진이 아니더라도 발생할 수 있다.
2.2 반복 유동
지진발생시 반복 유동 또한 지반의 큰 변형을 가져와 피해를 가중시킬 수 있다. 흐름 액상화와 대조되는 현상은, 토질의 정적 전단응력이 액상화된 토질의 전단강도(shear strength)보다 작을 때 발생한다는 점이다. 급작스럽게 진행되는 흐름 액상화와는 달리 반복 유동은 차츰 차츰 발달한다. 측방확산(lateral spreading)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경사도가 거의 없는 평지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측방이동이 불가능한 지형에서는 지중의 과잉간극수압이 지표면으로 탈출하는 이른바 분사(sand boil)가 발생한다. 간극수압증가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기때문에 지진이 지나간 후 한참 후에 분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3. 액상화 위험도 평가
반복 유동과 흐름 액상화는 둘 다 특정지대에서 피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액상화 위험도 평가시 모두 포함시켜야 한다. 다음 질문에 따라 보통 평가를 수행하는데 첫째, 토질이 액상화에 취약한가(액상화 취약도), 둘째, 취약하다면 액상화가 진행될 것인가(액상화의 시작), 셋째, 진행된다면 피해가 발생할 것인가(액상화의 영향)를 평가하게 된다. 현실적으로 세번째 질문을 먼저 해보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세가지 질문 모두 그렇다라는 답이 나오면 현장을 포기하거나 개량, 혹은 구조물을 보강하여야 한다.
3.1 액상화 취약도
모든 지반에서 액상화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액상화 위험도 평가의 첫 단계는 특정 지반의 액상화 취약도 평가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 평가방법들이 제안되었는데 반복 유동과 흐름 액상화에 따라 평가방법이 달라질 수도 있다. 보통 역사적 기준, 지질학적 기준, 지반 구성기준, 상태기준 등 네 가지가 주로 사용된다.
역사적 기준:
지진발생후 현장조사를 실시해보면 액상화가 과거에 발생했던 곳에서 재차 발생함을 알 수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현장조사를 바탕으로 하기때문에 기록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그리고 진앙까지의 특정거리이상에서는 액상화가 발생하지않는 사실도 이 기준을 사용해 찾아낼 수 있다.
지질학적 기준:
액상화가 발생할 수 있는 지반은 상대적으로 제한된 지질학적 환경에서 형성되어있다. 액상화 취약도는 퇴적환경, 수리환경, 그리고 토질의 생성연대에 영향을 받는다. 지질학적으로 균등한 크기의 입자가 느슨하게 퇴적될 때 지반의 액상화 취약도는 가장 커지게 된다. 하성(fluvial)퇴적, 붕적(colluvial)퇴적, 그리고 풍적(aeolian)퇴적으로 형성된 지반이 지하수로 포화될 때 취약도가 증가한다. 충적선상지(alluvial fan)나 단구(terrace) 등에서도 액상화가 발생한다. 제4기(Holocene)이후에 퇴적된 지역은 특별히 그 취약도를 상세히 평가해보아야 하며, 지질학적으로 오래된 지반일수록 취약도는 낮아지고 Pleistocene이전의 퇴적층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인공적으로 성토를 한 지역은 취약도가 비교적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반 구성기준:
과잉간극수압이 발생해야만 액상화가 생기므로 토질의 부피변화를 결정짓는 토질 구성성분을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 지반의 부피변화 잠재력이 클수록 취약도는 커진다. 입자크기, 모양, 분포 등을 평가하여 취약도를 결정하는데 예를 들어, 아주 미세한 토질(점토 등)의 경우 큰 과잉간극수압발생이 불가능하고, 너무 큰 입자(자갈 등)의 경우 투수율이 커서 액상화가 진행될 때까지 수압을 유지할 수가 없어 액상화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태기준:
위에서 언급된 세가지 기준에 전부 해당되더라도 특정 토질에서 액상화가 100% 발생하지는 않는다. 액상화 취약도는 토질의 초기상태(지진발생시 토질에 미치는 응력과 밀도상태)에 좌우된다. 과잉간극수압의 발생이 액상화의 근본적인 원인이기때문에 이점이 먼저 평가되어야 한다. 토질에 미치는 응력과 그 밀도상태에 따라 같은 모양새의 토질이지만 과잉간극수압이 발생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기준은 앞에서 언급된 기준과 달리 반복 유동인가 아니면 흐름 액상화인가에 따라 적용이 달라진다.
3.2 액상화의 시작
액상화 취약도 평가에서 100% 취약하다고 해서 지진이 발생하면 반드시 액상화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액상화가 발생하려면 어떤 교란이 강하게 발생하여, 시작을 알리는 방아쇠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이 방아쇠의 속성을 평가하는 것은 액상화 위험도평가에서는 결정적인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복잡한 토질역학의 이론에서 다루어지므로 생략하겠지만, 이 교란특성을 찾기 위해 흐름 액상화 표면과 과잉간극수압의 영향을 고려한 반복 응력법, 반복 변형율법, 에너지 감쇠법, 응답해석법, 확률론적 접근 등 여러 기술이 제안되어 사용되고 있다.
3.3 액상화의 영향
액상화가 발생하면 주위의 건축물, 교량, 지중 구조물 등이 다양한 모습으로 피해를 입게 된다. 또한 지진으로 인한 지표면의 진동모양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 흐름 액상화는 대규모 사면붕괴를 유발하고, 거대 구조물이 기울거나 가라앉기도 한다. 가벼운 지중 구조물이 떠오르거나 옹벽이 부셔진다. 반복 유동은 분사나 지반의 침하를 유발하고 이로 인해 구조물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4. 맺는말
액상화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그 위험도를 평가하는지, 그리고 액상화 때문에 발생되는 피해를 간략히 정리하였다. 복잡한 이론이 제안되어 사용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액상화의 완전한 해석은 불가능한 듯하다. 하지만 축적된 경험과 합리적인 기준들이 있으므로 액상화 취약도와 위험도를 효율적으로 평가해 볼 수는 있다. 물이 찬 모래땅에 건축물을 시공할 때는 반드시 액상화 평가가 선행되어야 하며, 말뚝기초를 사용하거나 현장지반 개량공법 등을 사용하면 반복 유동에 의한 피해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향후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앞에서 설명된 4가지 기준에 의한 액상화 취약지도를 작성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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